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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를 죽였는가?

공공현장 2009. 5. 20. 21:27

 

 

2009녀 5월3일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숲 속에서 목을 맨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의 신원은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인 박종태지회장이었다.

누가, 왜 그를 죽였는가?

 

 

2009년 1월 화물연대 대한통운분회와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운송단가를 30원 인상하기로 사측과 합의 하였다.

그러나 3월초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본사지침이라며 합의서 불이행을 화물연대 대한통운분회에 통보하였다.

2009년 3월 16일 일방적인 합의을 파기에 준법투쟁 돌입하였고 바로 그 날 핸드폰 문자로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노동자 78명이 일방적인 집단해고 통보가 되었다. 

 

 

3월 17일 화물연대 대한통운분회 노동자들은 아침 7시 출근투쟁을 시작으로 시내차량선전전, 투쟁사업장 연대방문, 저녁 7시 택배물 전달투쟁 , 결의대회 등을 가열차게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통운은 대화를 거부하였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투쟁속에 연일 수십여명이 연행되었다.

 

 

 

 

4월 23일 박종태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2명이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4월 29일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기자"는 글을 남기고 박종태지회장이 잠적하였다.

 

5월3일 박종태지회장은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숲 속에서 목을 맨 채 자결한 것을  발견되었다. 검안결과 4월 30일 오후 3~4시경 사망 추정되었다.

 

 

고 박종태 열사 유서

 

 

 

 

 

< 4.29 대한통운택배 동지들에게 남긴 글 >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깁시다.

책임지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본부가 움직이는 투쟁 만들겠습니다.

이 투쟁은 여러분들의 승리입니다.

흔들리지 말고 동지와 조직을 믿고 함께 갑시다.

동지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이 행복했고 소중했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 박종태 -

 

< 5.3 시신 수습 후 발견된 유서 - 동지들에게 보내는 글 >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들이 투쟁의 제단에 재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저의 육신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진 않지만, 저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큰 나라를 반토막내서 배부르고 등 따신 놈들 미국과 극우보수 꼴통들이 이번 참에 아예 지네들 세상으로 바꿔 버릴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그 속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만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통큰 목적을 가지고 한발 한발 전진하기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존권, 민중의 피폐한 삶은 사상과 정견을 떠나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민중은 이론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 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깜깜할 겁니다.

어떻게 승리하는지 저는 보지 못할겁니다. 그것이 아쉽고 억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이런 식의 선택을 해야 되는지,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속상하고 분합니다.

이름을 거론하자니 너무나 많은 동지들이 떠오릅니다.

저를 이만큼 건강한 간부로 활동가로 있게 해 준 소중한 분들. 저를 믿고 따라 준 형님, 동생, 친구들. 이 의미있는 투쟁, 힘겨운 투쟁에 끝까지 남아 준 동지들 모두가 저에겐 희망이었습니다.

광주라는 곳도 사랑합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빕니다. 복잡합니다.

동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 속에 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고 박종태열사 부인의 편지(5월 9일 대전 노동자대회에서 )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나,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병원에 걸린 사진 속에서 당신이 튀어나올 거 같고 다른 화물연대 조합원들처럼 바쁜 듯이 걸어들어 올 것 같고..

큰 아이 말처럼 당신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

아이들에겐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된다, 다만 언제 죽을지 모를 뿐인데 아빠가 조금 빨리 가신거 같다’고 말했으면서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받아들여지지가 않네

체포영장이 떨어진 날 입을 옷가지들을 챙겨서 보냈는데 속옷이 마음에 걸려서 싸구려 아닌 좀 좋은 걸로 주려고 사다 놓은 속옷이 서랍장속에 그대로 있을텐데..

여보 생각나?

작년 12월 마지막 날 눈이 너무도 이쁘게 와서 정말 모처럼 만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걸으면서 “나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지?”했던 말..

그땐 웃기만 했는데 말해줄걸 그랬어. ‘그래 당신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이 사랑했던 동지들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걸, 당신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지금 보게되면서 늦었지만 알게 되네..

당신이 좋은 사람이였다는 걸..

 

여보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 마.

나 아직 잘 견디고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신이 정말 맘놓고 웃으며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아들도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간직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당신이 가는 마지막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당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살아갈게

 

여러분들께

한 가정의 가장을 궁지로 몰아 죽인 놈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밥줄을 끊겠다는 협박을 하고 질서를 지키라고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인간입니까.

사람을 죽여놓고 협상은커녕 사죄도 하고 있지 않은 대한통운과 금호는 누구를 위해서 아름다운 기업입니까

고인은 아직 어둠과 얼음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랑했던 택배조합원을 비롯한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헛소리하고 뻔뻔한 저 담 뒤에 숨어있는 자들입니다.

더 이상 슬퍼하는 대신에 일어나서 싸워주십시오.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다치지는 마십시오.

남아 있는 저희 가족이 살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5월 16일 대전에서 노동자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삼키며,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거리로 나갔다.